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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 다했기에 더욱 감동했던 제주 극장, ACL 진출은 아쉽게 무산
관*자   /   2021-12-08 조회 : 2079



마지막 페이지에서 승리의 마침표를 찍지 못했지만 그 앞에 따라붙던 물음표는 완전히 사라졌다. 목표했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은 아쉽게 무산됐지만 최선을 다한 시즌이었다. 다사다난했던 그래서 더욱 감동을 안겨줬던 제주유나이티드(이하 제주)의 발자취였다.


지난해 K리그2 정상과 함께 1부리그로 승격한 제주는 착실한 전력 보강과 함께 2021시즌 개막을 앞두고 '우승 후보' 전북과 울산, 두 현대가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는 '다크호스'로 손꼽혔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지난 4월 21일 서울과 홈 경기에서 2-1 역전승을 거두며 리그 3연승에 성공했지만 4월 24일 포항 원정 0-0 무승부 이후 8월 14일 울산과의 홈 경기(2-2 무)까지 12경기 연속 무승(6무 6패)라는 깊은 부진에 빠졌다. 순위는 9위까지 하락했다. 이대로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물음표가 다시 느낌표가 되기까지 시련은 있어도 쓰러지지 않았다. 8월 18일 서울 원정 1-0 승리를 시작으로 10월 24일 전북전(2-2 무)까지 총 10경기에서 6승 2무 2패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거두며 리그 5위로 쉽지 않았던 파이널 A행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파이널 A 무대에서 제주는 3승 2패를 기록했다. 특히 두 차례 홈 경기에서 수원 삼성과 수원 FC를 모두 격파하며 홈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리그 4위로 마치며 2021시즌 목표였던 ACL 진출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하지만 3위 대구가 FA컵 우승에 실패하면서 제주의 꿈은 아쉽게도 물거품이 됐다. 그래도 잘싸웠다. 끝까지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없는 시즌이었다.


선수단과 프런트, 서로에 대한 끈끈한 믿음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진짜 리더'인 남기일 감독이 있었다. 남기일 감독은 지난해 K리그2 정상을 이끈데 이어 올해 감독 커리어 첫 파이널 A까지 진출하며 '승격전도사'에서 '강팀 메이커'로 거듭났다. 그 과정에서 암초가 존재하기도 했지만 '진짜 리더'가 되기 위한 끈임없는 고민으로 위기를 기회로 돌려세웠다. 지난해 K리그2 감독상에 이어 10월 이달의 감독상 수상까지.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남기일 감독은 2009년 경희대 스포츠 경영대학원에서 학위를 취득한 '축구선수 1호 박사'다. 논문 주제는 '프로축구 지도자의 리더십 유형에 따른 조직유효성 결정 요인에 관한 연구'. 특히 그가 연구했던 '변혁적 리더십'은 선수들의 가치 체계와 신념을 변화시켜 목표를 달성하게 만드는 힘으로 제주 선수단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하고 이끌어가는 강성 지도자로 알려졌지만 알고보면 누구보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



주장 주민규는 "남기일 감독님은 선수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진짜 리더'다. 경기장에서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의 부담감을 대변하고, 선수 개개인이 더 높은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준다. 그라운드 밖에서 선수들을 정말 잘 케어해주신다. 12경기 연속 무승에도 ?감독님은 다르게, 좋게, 차분하게 선수들을 대하시며 부담을 안 주려고 하셨다. 그 덕에 선수들이 하나가 됐고 반전이 일어났다"라고 말했다.



수비 위주의 축구라던 인식도 불식시켰다. 앞서 스쿼드가 탄탄하지 못했던 팀들을 이끄는 과정에서 타이트한 경기력으로 수비 축구를 구사한다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탄탄한 지원을 등에 업은 제주에서 어떠한 발자취를 남길지는 축구계의 큰 관심사였다. 알고보면 남기일 감독만큼 공격에 진심인 지도자가 없다. 탄탄한 스쿼드를 보유한 제주를 만나면서 잡을 팀은 확실히 잡고, 연패를 쉽게 허용하지 않는 안정감에 시간이 갈수록 화력이 뜨거워졌다.



특히 2016년 광주 시절 정조국의 토종 득점왕 수상을 견인했던 남기일 감독은 5년 만에 다시 득점왕을 배출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주민규다. 2021시즌 주민규는 K리그1에서 가장 치명적인 피니셔였다. 올 시즌 34경기에 출전해 22골 1도움을 기록하며 득점왕을 차지했다. 득점 루트도 다양했다. 22골 중 7골(32%)을 헤더로 만들었다. 수원FC전에서는 K리그 통산 12번째 100호골 고지에 오르는 기염도 토했다. 시즌을 치르는 동안 경기MVP 10회(1위), 라운드 베스트 11 8회(1위)에 선정됐다.




주민규의 득점왕 등극은 의미가 크다. 2016년 정조국(당시 광주FC) 이후 국내 선수로는 5년 만에 득점왕에 이름을 새겼다. 더불어 정조국의 K리그1 국내 선수최다골 기록(20골)을 갈아치웠다. 그 결과 하나원큐 K리그 대상 2021 시상식에서 베스트11 공격수로 선정되며 2관왕을 차지했다. 2관왕을 차지한 주민규는 “부족한 제가 이 상들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동료들이 있었던 덕이다.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감독님, 코치진에게도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 모든 성과는 제주의 12번째 선수인 제주도민의 성원과 관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올해도 제주월드컵경기장은 코로나 19 여파에도 주황색 물결로 가득 채워졌다. 특히 파이널 A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10월 24일 전북과의 홈 경기의 입장티켓 선착순 3,000석은 조기 매진됐다. 지난해 수원FC와의 '사실상의 결승전'에서 짜릿한 승리와 함께 K리그2 최초 매진과 2020시즌 K리그2 최다 관중까지 기록했던 제주는 또 다시 팬들과 함께 새로운 이정표를 썼다.



사회공헌 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제주는 10월 24일 전북전에서 팬들과 함께 만든 플라스틱 재생 유니폼 ‘제주바당’을 선보였다. 그동안 재생 유니폼이 여럿 선보였지만 제주의 재생 유니폼은 팬들이 직접 페트병을 모았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 시즌 종료까지 제주 팬들이 모은 페트병은 무려 69,499개. 목표치였던 5,000개를 상회했다. 이 페트병을 위로 세우면 한라산 약 7배 높이(13,899m)이다. '제주바당'을 만나 주황색 물결은 더 진해졌다.




경기장 내 팬서비스에 있어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K리그 최초로 홈 구장 Wi-Fi를 활용하는 웹사이트(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장내 축구 몰입 콘텐츠 <스마트-스타디움, #내 손안에 전광판>을 선보인 것이다. 경기장에서 공공 Wi-Fi를 연결하면 별도의 어플리케이션 설치 혹은 회원가입 없이 QR코드 스캔만으로 피지컬 데이터와 그래픽을 활용한 실시간 경기분석, 벤치/터널캠을 통한 현장에서의 생생한 장면, 실시간 사진, 경품 이벤트 등 축구 몰입 콘텐츠를 다수 제공한다.




그동안 프로스포츠의 발전은 전광판 운영과 맞닿아 있지만, 90분간 치열하게 경쟁이 펼쳐지는 축구라는 종목 특성상 전광판 운영에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모바일이란 공간 안에서 극복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 공모사업으로 제주월드컵경기장 전역에 설치된 고성능 Wi-Fi를 단순 사용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어떻게 사용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으로 한단계 발전시켜 사업을 추진했다는 점과 사용자의 진입 장벽은 낮추고, 만족도는 높였으며, 경기 분석 정보 제공 등 IT기술을 활용해 경기장에서만 소비할 수 있는 프리미엄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21시즌 마지막 여정도 팬들과 함께 했다. 12월 5일 전북과의 최종전을 앞둔 제주는 선수단 사기 진작은 물론 코로나 19 여파로 원정경기 관람이 쉽지 않은 제주 팬들을 위해 색다른 이벤트 '스크린 원정대'를 준비했다. 멤버십 회원 등 대상으로 우선 신청 접수를 받은 결과 단 3시간 만에 매진됐다. 올 시즌 멤버십, 스마트 스타디움-내 손안의 전광판, 그린포인트 등 열성 참여자 우선 혜택을 줬던 제주는 또 다시 팬 밀착 마케팅에 성공했다.



이날 제주 팬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 뛴 선수들을 지켜보며 90분, 그 이상의 감동을 느꼈다. 영화관을 떠나는 제주 팬들은 제주 선수들에게 4위라는 성적에 실망하지 말라고 다독였다. 누구보다 빛난 4위였기에. 그리고 입모아 말했다. '잘 4웠다 그리고 4랑한다 제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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